다시 돌아보는 프로그래머스 인공지능 데브코스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다시 들어왔다. 그러다가 예전에 썼던 프로그래머스의 인공지능 데브코스를 수료하고 처음 올린 후기가 5월 16일자 글이라 조금 소름 돋았다. 데브코스 수료를 마친지도 딱 1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취업도 하고 코로나도 끝나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늘은 내가 인공지능 데브코스를 참여하고 나서 그 이후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데브코스는 경영학 전공한 문과생이 인공지능 공부 좀 해보겠다며 대학원까지 갔는데 취업 못해서 아등바등 했을 때,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나에게 다가온 기회였다. 한창 취업에 열중하던 당시, 나는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서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의 약점은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특별한 목적없이 대학원을 다니다보니 컴퓨터 비전이니. NLP니 전문적으로 아는 분야도 없이 그냥 여기 살짝 저기 살짝 혓바닥만 대보면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취업시장은 냉랭했다. 졸업장만으론 취직이 되지도 않고 면접에서 내가 했다고 내세울게 하나도 없었으니 면접을 볼 때 마다 너무 창피했다.
막상 나 혼자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하니 나는 개발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구글 코랩에 코드 좀 쓰고 학습 돌리고 테스트하고 그정도… 정규화 된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모델을 만들어도 모델을 서빙하거나 프로토 타입을 작성해서 보여줄 수도 없었다. 이제까지 몇 년이나 배웠는데 마음만 먹으면 뭐라도 만들 수 있겠지 생각했던 나는 나의 무능력에 너무 충격을 먹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뭐라도 해보려고 여기저기 서치를 하다가 동기 중 한 명이 코딩부트캠프 같은 걸 수강해서 공부도 하고 프로젝트도 해볼 수 있었다는 소리를 듣고 솔깃해서 나도 부트캠프를 수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찾은 것이 데브코스. 네이버 부스트캠프도 고려했었으나 데브코스의 면접 결과가 먼저 나와서 최대한 빨리 취업하고 싶었던 나는 데브코스를 선택했다. 인공지능 데브코스는 국비지원 과정이었다. 나는 내가 국비지원 취업교육같은 것을 받을 거라고 생각조차 안해봤어서 무슨 제도인지 하나도 몰랐는데 카드 하나 만드니까 교육과정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고 지원금까지 준다고 해서 놀랐다… 요즘엔 내가 나라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뭔지 찾아보지도 않으면 정말 손해보고 살겠구나 생각했다.
나는 진짜 이번에 취업 못하면 죽는다는 거창한 마음으로 교육 과정에 임했다. 꼬박꼬박 아침에 일어나서 줌 출석하고 인터넷 강의 듣는다고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고 정규 교육 시간 끝나면 과제하고 더 공부하고 싶은 것들 찾아보고… 일어나는 것도 귀찮아 하던 내가 백수 신세가 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정말 뭐라도 하게 되더라. 나도 나 자신에게 놀랐다.
데브코스를 수료하며 나에게 남은 것들
인공지능 데브코스니까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지만 프로젝트에 필요한 다른 기술들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파이썬 쓸 줄만 알았지 뭔가를 만드는 건 할 수도 없었는데 데이터 베이스부터 클라우드 사용하는 법, 프론트를 잘 몰라도 잘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프레임워크들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솔직히 나 혼자 공부하려고 했으면 뭘 공부해야할지도 몰라서 쩔쩔 맸을거다. django까지 배우니까 정말 이제 마음만 먹으면 기본적인 수준의 프로젝트는 못할게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마스터할 정도로 배운건 아니지만 어떤 걸 하려면 뭘 배워야하는지 길을 알게 되니까 프로젝트 시작할 때 막막함이 좀 사라졌다.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요즘은 ChatGPT같은 치트키도 생겨서 진짜 마음만 먹으면 못 배울게 없을듯)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팀원들도 그렇고 다른 수강자들도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서로서로 도와주는 분위기여서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 좋았다. 솔직히 공부 하는 사람만 공부하고 중도 포기자가 엄청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환경이 정말 좋았다. 데브코스 처음 지원할 때는 무슨 교육 좀 듣겠다는데 면접까지 봐야되나 싶었는데 확실히 학습 분위기가 통제되니까 다 이유가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데브코스 마지막 과정에는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데 그 때는 정말 힘들었다. 배우고 조금씩 써볼 때만해도 프로젝트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갖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팀끼리 경쟁이 있어서 튀어보는게 좋지 않을까해서 일부러 좀 어려운 주제를 선택했는데 모르는 것들을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실제로 프로젝트로 구현을 하려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에러들이 막 생겼다. 나름 내가 조장을 맡았는데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살짝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혼자서 프로젝트를 할 때보다 덜 막막했고 에러들도 서로서로 소통하고 도와서 잘 해결되었다. 도커랑 AWS가 가장 문제를 많이 일으켰는데 팀원들끼리 스터디를 해서 클라우드랑 컨테이너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편한 기술들을 직접 만져보면서 알게 되니까 너무 좋았다. 나름 인공지능 프로젝트였는데 구현이나 학습보다 인공지능 모델 서빙 과정에서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해서 정작 모델은 조금 완성도가 떨어져서 아쉽긴했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으로 아이디어 구상부터 서빙까지 프로젝트를 마쳤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뿌듯했다.
데브코스 수료 그 1년 후...
데브코스를 수료하고 나서 다시 취업준비를 했는데 솔직히 여전히 힘들긴 했다. 그래도 대학원 졸업하고 바로 취업준비 했을 때 보다는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으니까 면접 대답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고 좀 더 높은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웨이브나 CJ 올리브네트웍스는 정말 입사하고 싶었는데 최종 면접에서 떨어져서 너무 아까웠다.
지금은 이커머스 관련 중견기업에서 신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지금 돌아보니까 데브코스에서 겪었던 경험들이 취업 준비할 때보다 취업 후에 더 도움이 되었다. 막상 일을 시작하니까 어려운 논문을 읽고 복잡한 코드를 짜고 이런 것들 보다 데이터 베이스, 서버, 개발환경 등 여기저기서 사소한 문제들이 발생하는게 힘들었는데 직접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본 경험들이 한 번이라도 있으니까 좀 더 해결하기가 수월했다. 요즘은 ChatGPT 같은 것도 생겨서 일이 더 편해졌다. 이런 도구가 있어도 무슨 질문을 해야할지 모르면 사용도 못했을 텐데 프로세스들을 대강 꿰고 있으니까 무슨 질문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지 알고 있으니 ChatGPT도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데이터 과학이나 인공지능 분야로 취업을 원하는 문과생들이 가장 부족한 부분이 개발 측면에 대한 지식인 것 같다. 요즘은 책이나 강의 같은 것들이 잘 나와서 머신 러닝이 어떻고 딥러닝이 어떻고 배우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은데 막상 프로젝트 한 번 해보려고 하면 인공지능 외의 지식이 0이니까 뭐 하나 해보려고 해도 정말 막막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인공지능 데브코스 같은 부트캠프를 추천한다. 데브코스를 수강하기 전에는 국비지원 취업 교육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하긴 하다. 그냥 출석만하고 강의만 듣는 걸로는 별로 얻어가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정말 인공지능 분야에 취업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프로그래머스 인공지능 데브코스를 수강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에게 데브코스는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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